사무실 청소를 했다. 이렇게 화창한 날에.
평수로는 6~10평 정도 되는 것 같다. 2명이 사용하기에 넉넉하다. 이전까지 이 공간을 사용한 사람들은 청소를 정말 어지간히 싫어했던 것 같다. 바퀴벌레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도 나름의 노력은 해왔던 것 같다. 곳곳에 바퀴벌레 퇴치약과 트랩(실효성이 전혀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시도라도 했음에 감사했다.) 이 설치되어 있었다.
아침에 출근을 해서 사무실에 있다가 살아있는 바퀴벌레를 목격했다. 바로 오전 스케줄을 접고 청소를 했다. 새집에서 나오는 작읍 집게 벌레와 개미는 봤어도, 정말 성채의 바퀴벌레는 처음봤다. 소름이 쫙 끼쳤다. 현관부터 모든 구석을 다 뒤짚었다. 먼지가 너무 많아 재치기를 연신 해댔지만, 적어도 '우리는 깨끗한데, 바퀴벌레가 나왔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먼지를 쓸고, 물청소를 하고, 환기를 시켜 말리고, 다시 먼지를 닦고, 잡동사니를 정리함과 동시에 싹다 버렸다. 아침부터 의지력을 많이 소모했다. 오후 일정도 상당히 망가졌다. 하루가 청소에 싹 날라가 버린 것 같다. 무엇인가를 하기도 힘들었고, 그랬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청소에 대한 임팩트가 강해서 그렇지 바로 자려고 했었다.
'적당히 열심히 했다.'
이 말을 진짜 싫어하는데, 그리고 사실 냉장고 뒤편은 아직도 끝내지 못했는데, 더 이상 청소를 할 수 없었다. 못 하겠었다. 말그대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운동이라고 생각한호텔 클리너들의 생산성이 훨씬 높았다는 논문이 생각났다. 사무실에 바퀴벌레가 나왔을 때 어떻게 청소해야할지에 대한 논문은 아직 못봤다. 실재로 봤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가족들이 대단해 보였다. 이런 바퀴벌레도 혐오감이 드는데, 도대체..
청소를 왜 해야할까.
어차피 먼지는 쌓이는데, 꾸준히 해줄 필요가 있을까? 일단 사람의 마인드가 제일 중요하므로, 원대한 일을 하고 싶으면 아침에 이불부터 단정히 접으라고 말했다. 그 말의 연장선상에서, 청소는 중요해진다. 자신의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상당히 자율적인 행위이다. 이 행위가 자율성이라고 하는 성질의 극한이라고 볼 수 있다. 청소까지도 루틴화 시킨 사람이라면, 이 사람은 상당히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이다.
먼지가 쌓인다는 것을 문제 발생과정과 연관시켜본다면,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주는 루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먼지라고 하는 원인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라 볼 수 있다. 1주일 먼지가 쌓인다고 사람은 죽지 않는다. 하지만 6개월, 1년이 되면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전기 장치에 먼지가 쌓이고, 정전기가 생겨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끊임없이 자신의 책임소재를 넓혀가면서 문제원인을 제거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임감이 높아야 한다.
대신에 하루에 너무 많은 책임감으로 스스로에게 압박감을 주지 않는다. 어느 곳을 어떻게 청소해야하는지를 명문화 해서, 해야 될 일이지만, 시간 낭비없이, 최소한의 의지력만 사용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의미가 좋지만, 청소는 단순 노동이다. 그 행위의 패턴을 빠르게 숙련시켜서 후딱 끝내야 한다.
너무 청소가 힘들었어가지고, 이렇게까지 글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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