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현상금 시스템은 타당하다. 모든 챔피언들의 시간대별 능력치를 일정하게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초반에 강한 챔프를 뽑으려면 무게를 견뎌야 한다. 레버리지 땡기는 것이다. 당연히 마진콜 나면서 죽는 시스템까지 구연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롤에 나온 패치 워크는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현상금 시스템을 단순하게 보면 “1만 골드 차이를 냈는데 왜 짐?” 과 “이 게임은 역전이 나오는 꼴을 못 보내” 사이에서 나온 패치이다.
골드 차이
골드 차이를 낸다는 것은 상대방보다 아이템 빌드에서 앞선다는 뜻이다. 그만큼 데미지 계수가 더 잘 붙은 상태이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전투에서 승리하며 이를 통해 최종 승리를 이끌어 내는 형태이다. 따라서 전령을 이용한 포탑 골드 획득이 확률적으로 중요한 오브젝트가 된다. 여기서 방점은 더 이상 포탑(포탑 골드가 아닌 포탑이라는 것 자체를 의미한다) 깨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돈이 앞서서 상대를 다 죽일만큼 충분하다면, 포탑은 그냥 딸려 오는 부산물이다. 실제 전쟁에서도 이와 같다. 전투에 승리하면 굳게 닫힌 문은 자연히 열린다. 굳이 처음부터 문을 열려고 할 필요가 없다(그렇다면 미드 1차 포탑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냐고 물을 수 있는데 물론 아니다).
이 게임은 역전이 왜 안 나와! 재미없어!
그러면 골드의 상대적 우위는 결과에 유의미한 인과 관계를 가지게 된다. 이러면 초반에 강한 챔피언을 뽑아서 용 주고 전령 먹은 후에 골드 벌려서 한타 이기면 게임을 이기게 된다. 승리 플랜이 너무 쉬워진다. 다른 스포츠에서는 역전에 재역전도 나올 정도로 승리의 추가 어느 한쪽으로 확 기울지 않는다(가비지 타임이라는 개념을 설명해야 하는데 이 역시도 논의의 주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제외한다). 그런데 패치 워크 적용에 따라 챔피언 풀도 제한되고, 승리 공식도 획일화 되면, 게임이 더 이상 박빙으로 가지 않는다. 재미가 없다.
그래서 현상금 제도를 도입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상대가 방심한 순간 골드 차이를 뒤집어 버리자. 스노우볼을 잘못 굴리면 터져서 산사태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상금 시스템 관련해서 수치를 일부 공개했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지는 팀에게 기회를 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만약 상대가 2용만 먹고 4용 싸움 기다리며 안전하게 운영했을 때 상대가 초반 레버리지를 땡긴 팀이라면?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젠지와 DK의 5세트 픽을 살펴보자
DK: 레넥톤 니달리 제이스 직스 레오나
젠지: 오른 헤카림 아리 자야 유미
솔직히 말하면 DK는 5세트를 위해 준비했다. 만약 포트폴리오였다면 진짜 최선을 다했다고 표현하고 싶다. 상체가 초반에 쏠린 듯 싶지만 제이스 직스 레오나로 어느 정도 후반을 담보해둔 상황이다. 만약 초반에 못 끝내더라도, 뒷심 잡고 가는 픽이다. 그런데 젠지는 상대의 초반 레버리지를 완전히 픽적으로 커버했다. 물론 그 상황에서 게임이 1만 골드 이상 벌어졌지만 현상금 시스템이 레버리지를 한번 더 커버하면서 경기를 승리했다.
야구 경기로 치면 선발 투수가 8회까지 무실점에 7:0 스코어인데 마무리가 못 올라오고 셋업맨이 만루 홈런 두 방 맞고 9회에 게임이 끝나는 상황이다(야구에서는 4점을 낼 수 있다). 물론 중간에 보크같은 실책도 있었지만 여기서 핵심은 선발이 1회부터 잘 던졌다는 것과 마무리 투수(후반을 잡아줄 확실한 챔피언의 교전각)가 올라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로 양 극단의 픽과 운영을 했기에 현상금 시스템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났던 경기이다. 이제는 캐니언의 5세트 정글 동선에 대한 분석이 더 진행될거라 생각한다.
현상금 시스템은 좋은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래도 가상 공간에서 이뤄지는 스포츠 게임이기 때문에 직관적인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축구만 해도 골라인 넘어가면 점수 나고 이기는 쉽고 간단한 룰로 수십년간 수십억명의 인구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기술의 고도화가 진행되는 만큼 기술적으로 여러가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예언자의 영약에서 핑크 와드 그리고 와드 개수 제한 등 환경 변수를 조작하고자 하는 여러 시도들이 존재했다.
단순하게 수련회 메타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지적하고 싶다. 수련회 메타 였다면 서로 동일한 3점 슛을 쏘는 상황인데 게임 마지막에 3점슛을 6점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현상금은 초반에 3점 슛을 6점으로 A팀에게 인정해주다가, 일정 점수 차이 이상 벌려서 게임을 포기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어느 시점부터는 B팀에게는 3점 슛을 12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라고 보면 된다. 어쨌거나 B팀도 3점 슛을 잘 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 게임이 균형잡힌 룰에서 시작하려면 와일드 리프트처럼 레드팀이 바텀과 탑 반전이 기술적으로 완료 되어야 한다. 블루와 레드 진영에 따른 승률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